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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막걸리 아저씨의 근황

정우미래연구소 2022. 7.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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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막걸리 아저씨의 근황

 
 

홍대 막걸리 아저씨의 근황

[2030세상/박찬용]

박찬용 칼럼니스트

 


박찬용 칼럼니스트

 

주말 저녁 신촌 거리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빠진 것처럼 텅 빈 가게들만 지난 2년간의 세상을 암시하듯 서 있었다. 젊은이들은 세상이 어찌 되든 그 순간만은 즐거워 보였다. 그 거리에 으레 있던 누군가가 없었다. 떠올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홍대 막걸리 아저씨였다.

홍대나 신촌의 밤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막걸리 아저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저씨는 막걸리가 가득 찬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막걸리를 판다. 대사는 간단하다. “막걸리 있어요. 막걸리!” “막걸리 한번 먹어봐!” “알라뷰!” 차림도 늘 같다. 헐렁한 셔츠와 청바지. 셔츠도 청바지도 상당히 낡아서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다. 옷에는 찢었는지 찢어졌는지 모를 구멍들이 나 있다. 그 사이로 노동이 만든 단단한 근육이 보인다. 아저씨는 늘 그 차림으로 합정에서 신촌까지 리어카를 끌며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팔았다.

막걸리 아저씨는 밤새 바깥에서 술을 마셔도 안전한 한국의 산물이다. 젊은 사람들이 술김에 그 아저씨에게 막걸리를 사서 놀이터 같은 곳에 앉아 마시곤 했다. 코로나19는 바로 그 문화에 타격을 입혔다. 그 문화를 좋아하지는 않으나 막걸리 아저씨가 사라진 건 마음이 무거웠다. 막걸리 아저씨가 그걸 안 하시면 뭘 하시려나 싶었다.

“아직 있어요. 내가 최근에 봤어요.” 신촌에서 20년 넘게 고깃집을 하셨다는 사장님께 고기를 굽다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괜히 안도하고 며칠 후 해질 무렵 합정동에서, 먹태와 맥주를 마시는데 꿈결 같은 종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에게 양해도 못 구하고 뛰어 나갔다. 막걸리 아저씨가 서 있었다. 차림, 리어카, 대사, 다 똑같았다. “막걸리 있어요. 막걸리!”

몇 년 전 일이다. 의미 없는 야근을 하고 동네에 돌아오니 자정이 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려나 싶어 힘이 빠졌다. 그때 막걸리 아저씨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시시포스의 바위를 미는 듯한 모양새로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내가 스무 살 때 본 그때 그 모습이었다. 홀린 듯 아저씨께 다가갔다. 오만하고 죄송스러우나 1만 원을 드렸다. 늦은 시간에 고생하신다고. 제가 술은 안 마시니 마음만 받으시라고. 아저씨는 한사코 막걸리를 주셨다. “그러는 거 아니에요”라면서. 지금 생각하니 그게 하루하루 발 딛고 일하는 사람의 존엄이었다. 지난주의 막걸리 아저씨는 그때와 똑같았다. 모자 밑 머리카락만 달랐다. 이제 새하얀 색이었다.

아저씨를 만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막걸리 아저씨 사진을 올리고 질문을 붙였다. 막걸리 아저씨와의 추억이 있나요? 열 개 넘는 답이 왔다. 20년 넘게 봤다, 마지막 술자리는 이 아저씨 막걸리였다, 늘 유쾌하시다, 그새 홍대가 많이 변했다. 변한 게 홍대뿐일까. 스마트폰과 전기차와 신규 대기업과 신종 역병이 세계의 흐름을 바꿨다. 몇몇이 그 흐름을 타고 영웅이나 사기꾼 혹은 그 사이의 무엇인가가 되었다. 어떤 막걸리는 고급술로 태어나 새침한 대도시 멋쟁이도 종종 고가 막걸리를 마신다. 막걸리 아저씨는 그 사이에서 그저 리어카를 끈다. 여전히 친절하다.

홍대의 명물 막걸리 아저씨

 

불과 30년전에 늘 우리곁에 계시던 나의 아버님과 이웃집 아저씨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힘든 시절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등이굽고 손바닥에 못이 박히게 살아오신 분들의 노고에 다시금 감사를 드리고 우리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막걸리 한잔 올리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글 이네요

오늘 저녁 부모님과의 추억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 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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