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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돈 생각"

정우미래연구소 2022. 9.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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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돈 생각"…천당과 지옥 매일 오가는 이직업 [어쩌다 회사원]

 
세계 '錢의 전쟁' 최전선서 활약
은행 외환·채권딜러 24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매일 힘든 회사생활 속에서 잠깐이라도 숨 돌릴 수 있는 점심시간. 이들에겐 없다. 외환 딜러와 채권 딜러들 얘기다. 다른 사람들은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와중에도 시장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내가 구축한 포지션(투자 현황)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에 맞게 베팅했는데 점심을 먹는 동안 예상치 못한 이슈로 오르면 이로 인한 손해만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한다. 보통 점심은 안 먹거나 아니면 앉은 자리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 등으로 때운다. 화장실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운 딜러들은 물도 겨우 갈증을 축일 정도로만 마시며 시장 변화에 집중한다.

코로나19 시기 유례없는 '돈 풀기' 정책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히 강한 긴축정책에 나서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틈만 나면 연저점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국채금리도 극심한 변동성으로 시장 참가자들을 고뇌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최전선에서 숨 쉴 시간도 없이 재빠르게 반응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 분투하는 은행 외환 딜러, 채권 딜러들의 24시를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이 살펴봤다.

외환 딜러 A씨는 오전 6시면 눈을 뜬다. 눈을 뜨자마자 쳐다보는 건 스마트폰의 경제뉴스 앱이다. 블룸버그와 CNBC 뉴스를 보며 전날 뉴욕 주식시장, 채권시장, 원자재시장, 외환시장이 어떻게 움직였고 그것이 내 포지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한다. 출근 시간은 빠듯하지만 챙겨야 할 내용들이 많아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면서도, 이동하면서도 계속 살펴보며 빠르게 파악하고 오늘의 투자 전략을 고민한다.

회사에는 오전 8시, 혹은 그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한다. 시장이 시작하기 전인 9시까지 회의만 팀 회의, 전체 회의로 두 차례다. 10~20분 남짓한 짧은 회의지만 어제 투자 실적과 뉴욕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오늘 어떻게 투자할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다.


회의가 끝나고 장이 시작하기 10분 전부터는 모니터, 키보드, 단말기 등 환율 전쟁에서 총과 총알 역할을 하는 장비들을 점검하며 심기일전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미리 스트레칭도 해둔다. 요즘처럼 환율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장에서는 조금만 빨리 반응해도 수억 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조금만 늦게 반응해도 수억 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A씨는 "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마켓 움직임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몰입한다"며 "외환 딜러는 '0.1초의 승부사'라는 말이 그야말로 맞는다"고 전했다.

채권 딜러 B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시장은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그 역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 국제 금융시장 동향부터 살핀다. 특히 채권시장은 국내 경제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매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미리 살펴보는 게 필수다.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비자물가 등 핵심적인 지표들이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나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시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장중에는 국고채 전문 딜러로서 시장조성자 업무를 수행해야 해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

시장조성자는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수·매도 양방향에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2분30초마다 주문을 넣고 정지(호가 효력정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B씨는 "화장실은 아예 가지 않거나 정 참기 힘들면 빠르게 뛰어갔다 해결하고 오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특히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있는 날은 B씨가 가장 예민한 때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나 총재의 발언 하나하나가 채권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B씨는 "다음날 총재 말이 제 포지션과 일치하기를 바라며 전날에는 음주도 하지 않고 경건하게 보내는 편"이라며 웃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 국고채 입찰이 있는 매주 월요일, 한국은행 총재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날 등에도 기민하게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은 외환 딜러와 채권딜러가 다소 다르다. 외환시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제 경제 이벤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외환 딜러가 많다.

서울 외환시장 장중에 발표되는 것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호주 실업률, 호주 중앙은행 금리 결정 등이다. 외환 딜러 C씨는 "최근에는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들도 중요해지는 등 갈수록 신경 써야 되는 것이 많아진다"며 "점심을 먹지 않고 시장에 집중하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하다"고 했다.

채권 딜러들은 그에 비해서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온전한 휴식이 아니라 일의 연장선상인 건 마찬가지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다른 기관에서 채권을 운용하는 지인들과 자주 점심 식사 자리를 갖는 사람이 많다. 시장과 엇나가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서로 시장 정보와 견해를 공유하곤 한다.

오후 3시 30분이면 정규 시장은 마감하지만 이들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거래일마다 '당일의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고는 필수다. 아침에 미처 읽지 못한 리포트들도 이때 다시 본다. 매일매일 시장에서 이슈들에 빠르게 반응하며 거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경제 흐름을 조망하며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투자 성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원들과 똑같이 오후 5~6시면 퇴근하지만 이들은 퇴근해도 퇴근한 게 아니다. 기본급도 낮진 않지만 기준치보다 초과 수익을 내면 성과급으로 돌아오는 임금 체계 특성상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고민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보통 밤 12시 이전에는 취침하지 않는다. 서머타임일 때는 밤 10 30분, 서머타임이 아닐 때는 밤 11 30분에 미국 시장이 개장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한두 시간 지켜보면서 자신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지, 그러지 않는 움직임이라면 다음날 내 포지션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고민하며 잠자리에 든다.

채권 딜러 D씨는 "시장이 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그때부터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들다. 뒤척이다가 한밤중에 깨서 미국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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