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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자전거 "드론 자전거"

정우미래연구소 2023. 4.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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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자전거’ 개발 중 나온 발상… “국산 부품으로 유럽서 호평”[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바퀴살 없는 전기 자전거로 수출길 넓히는 ‘코리아모빌리티’
오랫동안 변함없던 자전거 바퀴… 바퀴살 없는 ‘허브리스’로 혁신
자전거용 파워모터에 독보적 기술… 드론 자전거도 내후년 상용화 계획
광고와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럽 유명 축구구단에도 제공 예정
 
 
 
 
박정석 코리아모빌리티 대표이사가 19일 전남 장성군 나노산업공단 내 생산공장에서 허브리스 자전거인 2023년형 코모 바이크의 바퀴에 손을 넣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6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수출을 시작한다. 장성=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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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에서 더 바뀔 것이 있었단 말인가’. 바퀴살(스포크)과 바퀴축(허브)이 없는 자전거를 19일 전남 장성군 나노산업단지에 있는 코리아모빌리티(대표이사 박정석·54) 생산공장에서 탔다. 앞뒤 바퀴의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미래 지향적인 외관이 눈길을 확 끌었다. 오래되고 친숙하기만 한 자전거를 코리아모빌리티는 바퀴살이 없는 허브리스(hubless)의 형태로 혁신해 수출에 나선다. 올해 6월 224대를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코리아모빌리티는 2021년 8월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를 개발했고, 그해 9월 독일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2년여 전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허브리스 자전거를 만들겠다고 했고(아직 양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도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1885년 영국의 사업가 존 켐프 스탈리(J. K. Starley)가 현재의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를 내놓은 이후 140년이 다 돼서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모빌리티가 개발 중인 드론 자전거. 현재는 1m 정도 높이까지 날 수 있다. 코리아모빌리티 제공
시승 뒤에 이어진 3시간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특징들과 뒷 얘기들을 들려줬다. 허브리스 자전거는 드론 자전거(날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하는 과정 중에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드론 자전거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성능을 개선 중이다. 허브리스 자전거에 광고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유럽의 유명 축구 구단에 공급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한 상태다. 회사 이름에 ‘자전거’가 아닌 ‘모빌리티’가 있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한 탈것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눈길 끄는 전기 자전거
코리아모빌리티의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 이름은 ‘코모 바이크’다. 기본 배터리만으로는 약 40km, 뒷좌석 아래쪽에 보조 배터리를 달면 약 100km를 달린다. 자체는 모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이어서 녹이 슬지 않는다.

 
시승을 위해 자전거에 앉으니 차체가 약간 내려가면서 운전자가 앉을 때 생기는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앞바퀴와 자체 중간에 충격흡수장치 외에도 안장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원 모양의 관절형 구조물이 지형이나 운전자의 몸무게에 따라 조금씩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이 됐다. 회생 제동 기술이 적용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배터리에 충전이 된다. 같은 배터리 용량이어도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 모터를 소비자가 탈부착할 수 있도록 모듈화했다. 자전거만 구매했다가 나중에 모터가 포함된 업그레이드 키트를 사서 전기 자전거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자전거는 차체가 역삼각형 구조인 데 비해 코모 바이크는 가로로 긴 스틱형이다. 운전자의 키에 비례해 운전대와 안장 간의 거리를 최적으로 맞추기 위해 고안한 차체다. 박 대표는 “스틱형 차체는 생산 과정에서 길이만 맞춰 절단하면 맞춤형 자전거가 된다”며 “운전자의 전신 사진과 신체 정보를 앱을 통해 분석하고, 그 정보가 스마트 공장에 전송되면 그에 맞춘 차체가 제작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튜브를 사용해 펑크가 나는 자전거 바퀴와 달리 이 자전거의 바퀴는 일반 튜브타이어에 비해 30% 더 가벼운 합성고무 재질로 통으로 성형돼 펑크가 나지 않는다.

유럽에 수출한 자전거는 국내 무역상사인 STX를 통해 판매된다. 2021년 9월 ‘코모 바이크’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국내 무역상사인 STX와 연결돼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유럽 수출을 위해 인증(TUV라인란드 인증)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없던 독특한 외양과 구동 방식 때문에 1년 2개월이나 지난 작년 12월 22일에야 인증이 나왔다. 박 대표는 “소비자 가격은 약 3000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친환경 자전거에 2000유로와 1000유로의 보조금을 주는 등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아 소비자가 부담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빌트인 전동킥보드’ 불발 후 새 길 찾아

국민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에서 교수로 지내며 전기모터를 연구했다. 2020년에 설립된 코리아모빌리티는 원래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에 빌트인으로 제공할 전동 킥보드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던 중에 전동 킥보드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져 아이오닉5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대표이사가 크게 다치면서 기술자문을 해 주던 그가 대표이사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이 창업의 길로 이어졌다.

킥보드를 상용화시키지 못했지만 킥보드를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로 연구진들은 친환경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기 자전거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힘이 센 ‘파워 모터’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덕분이다. 박 대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드론 자전거 개발을 검토했다. 자전거 앞쪽 양옆 2곳과 뒤쪽 양옆 2곳에 큰 프로펠러를 달아서 운전자가 탄 자전거를 드론처럼 띄우는 모델을 구상했다. 지상에서 달릴 때는 프로펠러를 접어 자전거 가까이 붙여야 했기에 바퀴축이 있던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바퀴축과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전류량을 늘려 힘을 키운 파워모터로 기어 구조물을 구동토록 하는 방식으로 허브리스 바퀴를 만들었다. 코리아모빌리티는 전기 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형 모빌리티용 전기모터를 별도로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도 펼친다. 최근 모터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 모터는 모두 중국 혹은 일본산이다. 코리아모빌리티의 자전거 모터가 양산되면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코리아모빌리티는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조달한다. 공기튜브가 없는 타이어도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했다. 운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호남대로부터 회생 제동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의 상품성을 높였다. 광주지역 대학들이 주축이 돼 만든 광주연합기술지주의 투자도 받았다.

●“허브리스 전기자전거는 시작일 뿐”
코리아모빌리티는 허브리스 자전거로 이미 유럽에 1만5000대, 일본에 1000대 수출 계약을 한 상태다. 월 500대인 코모 바이크 생산 대수를 올해 연말에는 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역삼륜 킥보드와 전기 오토바이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전기 오토바이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 5000대를 판매할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허브리스 자전거가 유로바이크 전시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 유럽 축구 구단들이 연락해 왔다. 바퀴의 빈 공간에 구단 로고와 광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광주에 있는 한국광기술원과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활용한 광고 플랫폼 사업, 지자체와 협업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협업 체계를 잘 마련해 국내에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광고와 결합한 구독 형태로 아주 싸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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