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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와 염색약 사이 모다 모다

정우미래연구소 2022. 7. 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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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와 염색약 사이 사각지대 공략…해외서 먼저 대박

세계 최초 ‘갈변 샴푸’ 모다모다의 성공 방정식

 

사과, 바나나의 갈변 현상을 이용한 샴푸 신제품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기로 결정한 모다모다는 2021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 광고를 선보였다. 모다모다 제공

사과, 바나나의 갈변 현상을 이용한 샴푸 신제품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기로 결정한 모다모다는 2021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 광고를 선보였다. 모다모다 제공

“머리 색깔이 사과처럼 갈변될 수 있다니 말도 안 된다.”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 염색 효과를 주는 천연 갈변 샴푸 ‘모다모다’의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업계 실무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성 효과를 내는 샴푸라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해외에서 먼저 흥행해 입소문을 타고 국내로 인기가 번지더니 불붙듯 퍼져나갔다. 일반 샴푸와 염색약 사이 사각지대를 정확하게 공략해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모다모다 샴푸는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중소기업이 이전받아 제품화하고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드문 사례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산학 협력의 성공 모델이 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7월 1호(348호)에 실린 모다모다 샴푸의 성공 요인을 요약 소개한다.


○ 폴리페놀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갈변 샴푸’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도 염색 효과를 주는 모다모다 샴푸. 모다모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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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모다 샴푸는 바나나와 사과가 산소를 만나 까맣게 변하는 갈변 현상을 이용한다.
기존 염색약들은 염모제와 타르 색소를 이용해 머리카락에 색을 입히는 원리인 반면, 모다모다의 갈변 기술은 발색 방식을 적용했다. 갈변 원리를 통해 샴푸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로부터 나왔다.
2013년 봄, 이 교수는 어머니가 독한 염색약을 쓰며 눈 시림과 두피 자극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다 연구 중이던 물질 ‘폴리페놀’로 샴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폴리페놀은 과일의 갈변 현상처럼 산소와 만나 흑갈색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는데 단백질에 잘 달라붙기도 한다.
이 교수는 ‘사람의 혈액이나 머리카락에도 단백질이 들어 있으므로 폴리페놀이 혈액에 붙으면 지혈제, 머리카락에 붙으면 염색 샴푸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모다모다는 샴푸 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도 상품화가 가능한 수준의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가족, 지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종의 소비자 테스트를 거쳤다. 200mL 플라스틱 물약 통에 담긴 보잘것없는 테스트용 샴푸였지만 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중에 파는 염색약과 달리 눈 시림이 적다는 점, 인위적인 검은색이 아닌 자연 흑갈색으로 모발을 변하게 한다는 점,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이 제품만의 장점으로 꼽혔다.

반대로 부족한 점도 확연히 드러났다. 40∼60대 소비자들은 새치나 염색 외에도 적은 머리숱, 탄력 없이 가늘고 힘없는 모발, 푹 꺼지는 볼륨과 같은 고민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에 모다모다는 탈모 기능성 원료인 판테놀, 살리실산,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배합해 모발에 두께감이 생길 수 있도록 제품을 수정했다.


○ 글로벌 시장 진출로 강소 기업 장점 살려

모다모다 샴푸는 국내 기술로 개발됐지만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다.
국내에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을 때 시장과 고객 반응이 차가운 편이다. 하지만 해외에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화학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신뢰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회사 측은 첫 해외 진출처로 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의 문을 두드렸다. 제품력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1년 6월 모다모다 샴푸는 9일 만에 7000여 명으로부터 목표치 대비 10배나 되는 102만 달러(약 13억 원)를 모금했다.
킥스타터로서도 헤어케어 분야에선 역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그 덕분에 이후 미국 아마존, 쇼피파이, 대형 마트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 예산 부족으로 광고도 하지 못하는 브랜드 제품이었지만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인사들에게도 판매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기술 발명의 대가로 달콤한 ‘꽃길’을 걸을 수 있을 듯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게 전개됐다.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려던 찰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경고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의 갈변 작용을 돕는 ‘124-THB’를 화장품 원료로 쓸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올 1월부터 사실상 판매를 중단하도록 행정 예고했다.
이에 강력히 반발한 회사 측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해주는 소통 창구 격인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이에 4월 규제개혁위원회는 모다모다와 식약처가 2년 6개월 내 공동으로 안전성 검증 연구 결과를 발표하라고 권고했으며 식약처 역시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뜻밖의 규제 속에 허둥지둥하는 동안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경쟁사의 유사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6월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새롭게 출시한 염색 샴푸만 15종에 이른다. 모다모다 샴푸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비슷한 효과를 내는 유사 제품이 줄지어 출시된 것이다.


모다모다는 현재 추가적인 안전성 입증 연구를 지속해 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문제가 되는 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피벗’을 통해 신제품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일례로 문제가 됐던 성분을 대신해 새로운 물질을 적용한 샴푸 라인을 빠르면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모다모다 측은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안전성 실험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며 “기술력과 안전성 검증 자료를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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